막데무싸      2004/05/30 21:14:53     9230     4   
   유학시절에 있던 이야기래요
제가 캐나다 있을 때 일이었어요.
캐나다 간 첫 한달은 홈스테이 하고 있었거든요.
처음 도착한 그날 주인 아줌마가 하우스 룰이라며 종이한 장을 떡 내미는 거였어요.
앞 뒤로 빽빽히 적힌 그종이에는 아침 일곱시 전에는 샤워하지 말 것 샤워는하루에 한번만 할 것
저녁 아홉시 이후에는 샤워 안됨 뭐 이런 기막힌 규칙이 가득 적혀 있었어요.
참 아니꼽고 더러웠지만 첫 홈스테이고 그래서 규칙들을 지키겠다고 그랬죠.

그런데 그 집엔 식구가 아줌마하고 저 말곤 아무도없었어요.
아저씨랑은 이혼 하셨고, 아이들은 방학이라아빠 만나러 갔다고 했어요.
저는 아이들 방이 있는 2층방을 쓰게 되었죠.
제 방을 가운데로 해서 방왼쪽에는 욕실, 방 오른쪽에는 아이들 방이 있었거든요.
암튼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시차 적응이 안 되어서 잠이 안 왔어요.
뒤척뒤척... 몇시간인가 그러다 얼핏 잠이들었는데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어요.

물 떨어지는 소리... 샤워 소리였어요........
샤워 커튼에 물 부딪히는 소리... 얼른 시계를 보았죠... 두시 반!
아홉시 넘어서는 샤워 안 된다고 한 이 집에서 누가샤워를 하고 있는거지?  누굴까? 아이들이 돌아왔나?
저는 바싹 신경을 곤두 세우고 그 물소리에 귀를기울였어요.
여전히 전혀 조심하지 않는 샤워하는 소리... 그런데 그 샤워 소리가 그치질 않는 거예요.
가끔 통 같은 걸 내려 놓는 소리가 들리기도하고, 잠깐 잠깐 멈추기도 했지만 그 샤워 소리는 계속 되었어요.
새벽 네시까지.

네시가 되고 피곤에 지쳐 깜빡깜빡 잠이 오자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뚝 그친 것 같았어요.
저는 그 욕실에서 사람이 나오는 소릴 기다렸죠.
여자 아이 소리 같은 게 들렸어요.
그것도 두 명이 이야기나누는 것 같은 소리. 그런데 아주 생기 없는 소리.
저는 아이들이 돌아 왔다고 생각했죠.
그 집엔 아들하나 딸 하나 있었지만 어쩜 친척아이라도왔는지 모르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자 맘이편해졌는지 저는 잠이 들었어요.

다음날 늦잠을 잔 제가 늦은 아침을 챙겨 먹으러 식당에내려 가자 주인 아줌마인 보니가 잘 잤냐고 묻고는...
어제 샤워 소리 땜에 잠을 못 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도 못 잤다고 하니까 네가 샤워 한 거아니냐고 그러는 거에요.
그래서 아니라구 나도자다 깼다니깐...
이상한 눈을 해가지곤 이 집에 너랑 나랑 둘뿐인데 그럼 누가 한 거냐는 거에요.
지금도 오싹하네요.
아줌마가 이 집에 너랑 나랑 둘 뿐인데 그럼 누가샤워햇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이상하다는 생각과 함께억울하다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어요.
말투로 보아 이 아줌마가 날 의심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새벽두시반에 샤워를 시작할만큼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나? 난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 해도 이 아줌마가 저를 보는 눈빛은 '가증스러운 것' 이런 표정이었어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됐다고 그만 이야기 하자는데 정말 딱 미치겠더라구요.
하지만 더 이야기 하다가는 저만이상해지겠고 그냥 넘기기로 했죠.

그날이 아마 캐나다 데이였나 뭐 그래서 도시 전체가그 일주일 내내 축제같은 분위기였거든요.
그래서아줌마가 자기 남자 친구랑 외출을 하고 저는 집에 혼자 남게 되었어요.
그 집은 여느 다른 집 처럼지하에 거실이 있고 아줌마가 미술 선생인데 지하에 아줌마 작업실도 있었어요.
1층은 식당과 부엌, 아줌마침실과 작은 방 하나, 욕실...
2층은 어제 말한대로 욕실 옆에 제방, 제방 오른쪽으로 아이들 방.

혼자 남겨진 저는 TV가 있는 지하 거실에서 소파에 앉아TV를 보았죠.
그런데 이상하게 집안 전체 분위기가 싸늘했어요.
어쩐지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 저는 괜히 기분이 안 좋아서 제 방으로 올라 왔죠.
2층 제 방에 올라와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있는데 그렇게 시간이 한참 흘렀을때...
아래층에서 피아노 소리가 났어요. 연주하는게 아닌 한음 한음 손가락으로 그냥 짚어 보는 것 같은소리.
누가 왔나? 아줌마인가? 하지만 저는 내려 가지 않았어요.
이미 집주인 아줌마한테 정나미가 떨어져서 들어 오고나가는거 일일이 인사하기도 싫고...
아까 아랫층의 그싸늘한 분위기도 마음에 걸리고 피아노 소리도 거슬렸거든요.
맥 없이 짚어 보는 듯한 건반소리...라....도.....

그날 저는 저녁 먹을때쯤 잠이 들었어요.
그 시간이 원래 한국시간으로 한참 잠자고 있을 시간이라 시차적응을 못해 잠이 들어 버린 거죠.
한참을 그렇게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어요.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전화 소리를 들었지만 아줌마가받겠거니 하고 그냥 자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는점점 커지는 것 같고 잠이 깨어 버린 제가 망설이다 2층복도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죠.
전화 건 사람은 아줌마였어요.

나, 보니(아줌마이름..)인데 저녁을 내가 차려 줘야 하는데미안하다.
오늘 12시 넘어서나 들어 갈 것 같으니 저녁알아서 챙겨 먹어라.
냉장고 안에 햄버거도 있고 바베큐남은 것도 있다. 뭐 그런 말.

홈스테이할때 아침저녁 식사가 홈스테이비용에 들어잇기땜에 한끼 식사라도 빠지면 그 식사에 대한 비용을
환불 받게 되어 있었거든요.
저는 물어 봤어요. 아까 집에 들어 왔다가 다시 나간거냐구...
아줌마 하는 말이 자기는 오전에 나와서 여태 돌아다니고 있는 거라는 거예요.
집에 안 들어 왔었다고? 그럼... 그 피아노 소리는?

그날 밤 저는 2층에서 내려 갈 수가 없었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도대체 도착하자마자 내가 겪은 이이상한 일들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앗어요.
귀신이라는 생각보다는 아줌마가 나를 골탕 먹이려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착한 첫날부터 아줌마랑 나 사이에 안 좋은 일도있었고...
아줌마가 컷트머리의 위노나 라이더를 좀닮았거든요.
도대체 그 표정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건지 알수 없는 사람.
알콜중독이나 정신병이나 뭐 그런 게 있는지도몰라 그래서 이혼한 건지도...
밤에 샤워 했다고 뒤집어 씌워서 저를 내쫓으려는 건지도모르는 거고...
엉뚱한 소리 잘 한다고 몰아 세우려는건지도 모르는 거고...

그날 저는 밥 먹으러 식당에 내려 갈 수도 화장실에 갈수도 없었어요.
무섭기도 하고 기분도이상하고 그래서 저는 그림을 그렸죠.
한국에서 경주관광 엽서를 몇장 가지고 갔는데 그 중에 있던 다보탑을 그렸어요.
저는 원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세계 어느곳을 가든스케치북과 함께였거든요.
그리고 다보탑은 제가 자주그리는 그림이구요.
다보탑의 그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를 비례따져가며 그리다 보니 어느덧 밖에서 주인아줌마 자동차 소리가나고
아줌마가 돌아오시는 거 같았어요.

그나마 빈 집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져 그리던 그림을 의자에 세워두고 잠을 청했죠.
그림 그리느라 너무 신경을 써서인지 낮에 잠을잤는데도 슬슬 잠이 왔어요.
이번에는 시차 적응을 빨리 하는데? 라고 생각하며 깊은 잠으로...

몇시나 되었을까... 잠이 깨었어요.
저는 캐나다에선 항상 불을 켜고 잤는데 잠에서 깨고나니 얼른 시간 가늠을 잘 못하겠더라구요.
제 방은 불이켜져서 환하고 방문 밖에선 여자 아이들 웃음 소리가들렸거든요.
꽤나 높은 톤으로 재잘 거리는 소리...
저는 예민한 편이라 잘때 조금만 소리가 나도 잠이깨는데 그 아이들 소리는 제법 큰 소리였어요.
2층 복도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고 한여덟..아홉살쯤 된 여자아이들의...
전혀 주위를 고려 안하는 목소리... 경쾌 하고 밝은 목소리... 두 명인거 같았어요...
그런데 저는 영어를 제법 잘 하는 편이었는데 그아이들 말하는 걸 알아 듣지 못 하겠더라구요.
어린 아이들 말이라 그렇나? 내가 잠이 덜깨서 그렇나? 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는거지?

저는 집안에 아이들이 있는건지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그때 소리를 듣고 제가 상상한건 아이들이 제방 바깥에있는 복도에서 소꼽놀이라도 하고 있을 거 같더라구요.
너무나 재미난 듯이 둘이 재잘 거리는 소리... 저는 방 문을 살며시 열었어요.

그 때...
제 눈에 들어 온 건...
깜깜한 복도... 그리고 뚝 그친 소리...
제방에서 고개를 빼면 그집 아이들 방이 보였는데 아이들 방도 문이 활짝 열린채 깜깜했어요.
순간 얼마나 겁이 났던지 그리고 얼마나황당했던지...

여러분은 콘크리트 건물이 소리를 품고 있는다는 말 들어 본 적 있으세요?
낮에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떠들던소리가 콘크리트 건물 벽에 부딪혀 빠져 나가지 못하고파동이 멈추어 있다가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기온차에 의해 파동이 움직인대요.
그래서 낮에 말한사람 소리들이 밤에 텅 빈 건물에서 들린대요.
저 아는 사람도 대학 연구실에서 공부하다 밤 늦게화장실 간다고 나왔는데...
아무도 없는 복도 끝에서...  "같이 가!" 하는 여학생 목소리가 들리더래요. 무섭죠?

아뭏든 저는 그때 이게 그건가하는 생각도하고 어리벙벙 했어요.
그 때가 새벽 세시쯤?
암튼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 집에서 저는 그냥 이불뒤집어 쓰고 침대에 엎드려 라디오를 들으며 새벽을맞았죠.
그 담날부터 저는 학교를 다녔고...
집엔 일찍 들어가기가 싫었어요. 괜히 집을 생각하면 침울해 지더라구요.
하긴 친구도 많이 사귀어 늘 공연이나  박물관이나 이런데 다니느라 집에 일찍들어갈 일도 없었어요.

그러다 첫 주말을 맞았죠.
첫 주말... 수업이 없으니 밖에 나갈 일도 없고 저는 그전에 그리던 다보탑 그림을 하루종일 손보았죠.
명암을 넣고 뒷마무리.
그렇게 해서 그날 그림을 다 완성하고 그림을 책상의자에세워 두었어요.
점심때 2층을 청소하러 올라온아줌마가 제 그림을 보곤 칭찬을 많이 하더라구요...후훗.

그날 저녁땐 아줌마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함께저녁을 먹었어요.
리고 저는 감기 기운이 있어 약을먹고 일찍 잤죠.
새벽녘에.....새벽녘인지 한밤중인지도 잘모르겟어요.
암튼 이상한 기분에 잠이 깨어보니...

아!......................
여자아이가 제 방에 있는 겁니다.
제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더라구요. 영화에서 종종 보았을 것 같은 흰피부에 조금은신경질적으로
생긴 금발머리 아이 아이보리색수수한 원피스를 입고 아홉살쯤 되었을만한아이...
불이 켜진 방 안에서...
저는 놀라서 벌떡 일어 나려고 했는데 일어나 지지않고 시선만 아래쪽으로 돌려 졌어요.
그런데요...
아이발이 공중에서 떠 있는 것 같았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발부분이 잘 보이질 않았어요.  뭐라고 해야할까...?
뿌옇게 흐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발부분을 보고 나자 미칠 것 같더라구요.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소리도 안 나오고... 어버버...하는 소리만 나더군요.

제가 뒤척이자 그 아이가 저를 바라 보았어요...
아무 표정 없는 아이... 그 순간 저는 차라리 죽고 싶었답니다.
아니... 제가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것 처럼 보이고싶었어요.
아무 생각도 안 났고... 그냥 저는 공기속에녹아 있는 것 처럼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아이가 저를 한참 바라 보는데 저는 눈도 못감고 마주 보고 있었죠.
어버버하면서... 영원 같은 시간이었어요..

아이는 저를 향해 희미하게 미소 짓는 것 같더니 사라졌어요.
원래 없었던 것 처럼 그냥 순식간에 없어 졌어요..

그랬는데도 저는 아랫층에 내려 가지도 못하고... (솔직히 그땐 그 집에 있는 모든 게 다 이상해보엿거든요)
한국에서 올때 가지고 온 십자가를 손에 꼭쥐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정신 차려...'
이렇게 되새기며 그냥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지나온 제 삶이 주르륵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며 눈물도 나고 그랬어요...

날이 밝고 새 울음 소리가 들리고 저는 겨우 일어 났어요.
온 몸이 쑤시고 아픈 것 같았어요.
아줌마한테 뭐 물어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저는 그날로 바로 짐을 싸들고...
호텔에서 며칠 보내고 홈스테이를 옮겼답니다.
나중에 학교에서 그 아줌마네 집에 있었다는 멕시코 여학생을 만났는데...
그 친구는 아무런 이상한 일이 없었다는군요.
그 아이는 도대체 누구였을까요? 그 아줌마네 아이들은 열다섯살짜리 아들하나 열세살짜리 딸 하나였어요.
누구였을까요? 제 그림을 보고 있던 그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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