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글이      2010/01/26 11:04:42     7799     0   
   아버지의 땀 냄새
아버지의 땀 냄새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 더위 속에서 기저귀를 삶기 위해
뜨거운 불 앞에 서 있어야만 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기저귀 세탁 사업을 시작한 것은 작년 봄이었다.
사업을 시작하기에 내 경험은 일천했다.
갓 서른을 눈앞에 두었고,
게다가 아내는 홀몸이 아니었다.
주변에서는 좀더 많은 경험을 한 뒤에
하는 것이 좋겠다며 나를 말렸다.
하지만 사업 아이템을 누군가
선점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렀다.
내가 시작한 사업은 갓난아기들의 천기저귀 세탁업이었다.
성공할 자신도 있었다. 성공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그러나 사업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몸도 힘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삼복더위에 기저귀를 삶을 때,
땀은 닦아내고 닦아내도 멈추지 않았다.
인간의 몸에 이렇게 많은 땀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연신 땀을 닦아내던 나는 한순간 코를 킁킁거렸다.
익숙한 냄새, 기억 어디엔가 저장되어 있는 냄새였다.
그 냄새가 바로 내 몸에서 나고 있었다.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먼저 그 냄새부터 생각났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냄새였다.
그런데 왜?
아버지의 그 냄새가, 왜 지금 내 몸에서 날까?
그 옛날 아버지는 무더운 여름,
땡볕과 싸우면서도 가족을 위해 일터로 나가셨다.
아버지라는 책임감 때문에,
가족을 벌어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의 몸에서 나는 고약한 땀 냄새에도 감사해 하면서.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여름을 나셨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
여름이면 늘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과
쉰내와도 비슷한 땀 냄새를 풍기는 아버지가 창피했다.
아니, 싫었다.
친구들과 길을 가던 중에 우연히
아버지를 마주치면 모른 체하며 지나갔다.
사업을 시작할 때도 아버지한테는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
가끔 집에 들르면 아버지가 하는 말은 언제나 같았다.
"아픈 데 없지? 밥은 잘 먹고 다녀라."
아버지는 내 사업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다.
그리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한마디 하셨을 뿐이다.
"그래도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버지는 예순이 넘은 지금도 아파트 관리원으로 일하신다.
여전히 자식들을 걱정하고,
막내아들 사업이 잘 되길 기도하신다.
아버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버지, 저도 아버지처럼 땀 흘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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